미국 서부 여행 Day 2 샌프란시스코

미국에서 맞이하는 두번째 날이 밝았다.

비행기에서 시차 적응에 실패했을 줄 알았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생각보다 제법 시차 적응을 잘 해낸거 같아 뿌듯해 하며 일어날 수 있었다. 다만 내가 지금껏 들어오던 캘리포니아의 날씨는 항상 날씨가 좋아 오늘 안놀아도 내일 놀면 되서 아무 걱정없는 날씨라고 했는데, 날씨가 좋다는게 꼭 따뜻하다는 걸 의미하는게 아니라는 점을 깨닫는건 시간이 좀 더 지난 후였다.

호텔 체크아웃 전 1층에 있는 카페를 들러 뉴요커 식 브런치를 먹었다. 브런치는 그냥 허세 가득한 사람들이 하는 소리인 줄 알았는데, 카페에 정말로 많은 현지인들이 커피 한잔과 함께 빵이나 에그 스크럼블을 먹고 있었다.

나도 커피 한잔과 함께 간단한 빵을 하나 주문해 먹으며 대략적인 일정을 계획했다. 다만 Today’s coffee 를 주문했는데 너무 뜨거워서 입 천장이 다 데어 하루 종일 고생했다.

호텔 체크아웃을 마치고 소살리토를 향해 운전을 시작했다.

어제도 느꼈지만 이 나라 하늘은 정말 깨끗하다.

소살리토를 가며 그 유명한 금문교를 직접 운전하며 건너봤다. 사실 한강에 있는 다리들과 비교해서 ‘헐 대박’ 인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이 다리가 만들어진 연도를 찾아보니 ‘아 역시’ 라는 말이 자연스레 나왔다.

역시나 샌프란시스코에서 가장 유명한 8건축물이다보니 조금 이른 시간이었음에도 다리를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건너는 관광객이 굉장히 많았다.

소살리토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좀 산다는 사람들이 사는 동네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걸까 집들도 산 중턱에 자리잡고 있고, 가지각색 다양한 모습으로 무척이나 이뻤다. 거리 역시 샌프란시스코와는 좀 다르게 조용하고 주로 조깅을 하거나 카페에서 여유를 즐기는 사람이 많았다.

한국에도 분명 이렇게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곳이 있을텐데, 나를 비롯해 주변 사람들은 항상 바쁘고 일에 더 열중하는 모습을 생각해보니 이런 여유로움을 즐기는 이 곳 사람들이 유독 더 부러웠던거 같다.

거리를 걷다가 조그마한 캔디 가게 안에 들어갔다.

노부부가 나란히 앉아서 따스하게 맞이해 주는데 그 모습이 뭔가 굉장히 보기 좋았다. 캔디를 고르고 있으니 옆에 와서 샘플로 이것저것 먹어보면서 고르라고 친절히 설명해 주셔서 어느세 나도 모르게 제법 사게 되었다. 여행 내내 먹다가 남은 절반은 한국에 돌아와서 주변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소살리토 해안가에는 요트가 정말 많다.

우리나라에서 본 요트를 다 합친거 보다 소살리토에만 정박해있는 요트가 더 많은거 같다. 역시 부자동네인거 같다.

10년 후에 저 많은 요트 중 하나가 내것이길 바라며 발길을 돌렸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소살리토는 너무 편안한 느낌을 주었고,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9박 11일 동안 우리의 발이 되어준 닛산 센트라.

사진을 보다시피 미국 차들은 선팅을 잘 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운전하면서 선글라스를 쓴 사람이 많고, 도로에서 많은 운전 신호를 상대 운전자를 보면서 수신호로 주고 받는다.

마초적인 성향이 강할거라 생각해서 운전 매너가 난폭할 줄 알았는데 되려 너무 양보도 많이 해주고 친절해서 신선한 충격이었다.

소살리토에서 다시 금문교를 건너 근처 주차장에 잠시 차를 세워두고 금문교를 잠깐 걸어봤다. 오전보다 관광객이 더 많아졌는데, 거기에 근처 초등학교에서 금문교 건너기 대회 같은걸 진행하는지 어린 친구들이 8~10명씩 그룹을 지어 지도 교사의 통제 하에 금문교를 건너 산책코스를 지나고 있었다.

워낙 사람이 많아 금문교에서는 오래 있지 못하고 걸어서 절반 정도만 갔다가 다시 돌아와, 이렇게 큰 다리를 그 당시에 어떻게 만들었을지 미국이란 나라에 다시 한번 대단함을 느끼고는다음 장소로 이동하였다.

금문교를 빠져나와 롬바드 스트리트를 가던 중 팔레스 오브 파인아츠로 목적지를 급 변경했다. 사실 큰 기대를 하지 않고 방문했던 장소였지만 도시에 갑자기 왜 이런게?! 싶은 건축물이었다. 크기도 또 어마어마하게 커서 더욱 놀라웠다.

다만 건축물 가까이서는 사진을 찍어봐도 워낙 크다보니 건질만한 사진이 딱히 없었다. 밖으로 좀 나와 호수를 끼고 사진을 찍으니 그때서야 정말 와 이쁘다 할만한 사진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제는 두말하면 잔소리일 정도로 미국 사람들은 풀밭 곳곳에 앉아 여유를 즐기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다.

잠시 풀 밭에 앉아 웨딩 사진을 찍는 멕시코 커플을 구경하다가 다시 원래의 목적지였던 롬바드 스트리트로 발걸음을 옮겼다.

팔레스 오브 파인아츠 떠나기 전 인증 샷.

사람이 너무 많아 정면에서 제대로 찍은 사진이 없는 롬바드 스트리트.

샌프란시스코 내에서 가장 구불구불한 도로이다. 원래 1900년도 초에 워낙 급경사의 길이다보니 이를 보완하기 위해 길을 구불구불하게 만들었는데, 그게 지금에 와서 꽃도 많이 피고 그 구불구불한 도로의 독특함에 굉장히 유명해진 명소 중 하나이다.

렌트카를 빌린김에 위에서부터 운전해서 내려와봤는데 사람들에게 사진만 찍힐 뿐 딱히 어려운 점은 없었다.

운전은 역시 한국이 더 어렵다.

롬바드 스트리트를 클리어 하자마자 다음 목적지로 정한 곳은 페인티드 레이디스.

처음 와본 곳 임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익숙했다.

이 생각이 들자 문득 되돌아 생각해보니 샌프란시스코가 내게 굉장히 익숙한 장소처럼 느껴졌는데, 왜 그랬는지 깨닫는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아…

금문교, 롬바드 스트리트, 페인티드 레이디스, 코이트 타워 등 전부 너무 많이 돌아다녔던 장소였다.

이런 사진이 나온다면 무슨 말을 할지 이제 짐작이 될테니 생략하도록 하자.

그 다음에 방문한 곳은 피어1 옆에 위치한 페리빌딩이다. 건물 안에는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작은 가게들이 줄지어 있는데 나와 같은 관광객들이 굉장히 많았다.

먹을 것도 제법 많고 해서 간단하게 만두 비슷한 중국 음식을 하나 먹으며 샌프란시스코에서 제법 유명하다는 커피인 블루보틀을 마셔보기로 했다.

솔직한 맛 평가를 하자면, 이 커피를 마셨던게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시점의 한달 전이다보니 기억이 잘 안난다. 다만 맛있었던 것 같기는 하다!

어찌 되었든 블루보틀을 마셔봤다는게 중요하지 않을까!? 인증샷도 있고.

나는 개인적으로 굴을 엄청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근데 유럽을 비롯해 서구권에서는 이 굴이 제법 고급 음식에 속한다고 들었었는데, 굴 요리집 줄이 정말 건물 모퉁이를 돌 정도로 너무 길게 서있어서 좀 놀랐다.

미국은 땅이 너무 넓으니까 주차비가 당연히 무료거나 굉장히 저렴할거라고 생각했는데, 이틀동안 느낀건 주차비가 너무 비싸다는 거였다. (호텔 제일 좋은 방을 예약했는데 호텔 주차장 하루 이용에 7만원을 더내라니..!)

주차비가 좀 부담되기도 했고, 다음 목적지까지는 거리가 너무 멀지도 않기도 했으며, 페리빌딩 근처 도로에 주차 요금이 굉장히 저렴했기 때문에 걸어가기로 했다.

다음 목적지는 역시나 와치독스2에서 많이 봤던 코이트 타워.

걸어가다보니 레비스 본사 건물도 볼 수 있었다. 전혀 생각치도 못했던 부분.

언제 이런 골목골목을 걸어봤을까.

코이트 타워까지 가는 길은 비밀의 정원을 지나는 것과 같이 무척이나 신선한 경험이었다.

동네에 사는 고양이라서 그런지 사람에 대한 경계심도 없이 다가왔다. 우리 집 뭉치도 이렇게 애교가 있었으면 좋을텐데. 그 당시에는 몰랐는데 사진으로 보니 이 녀석 미국물을 먹어서 그런지 뭔가 서양고양이 같이 생겼다.

고양이랑 놀다가 5분정도 지체된건 안 비밀.

코이트 타워 정상에 도착했다.

비밀의 정원을 지나 타워에 도착해서 입장료를 구매하고 40분을 기다려 굉장히 느린 엘레베이터를 타고 정상에 도착하는 동안 많은 일련의 사건들이 있었지만 생략하자.

아무튼 트윈 픽스에서 내려다본 샌프란시스코와 코이트 타워에서 내려다 본 샌프란시스코는 또 느낌이 전혀 달랐다. 낮과 밤이니까 당연히 느낌이 다른거지만 그 전에 운전을 하면서 언덕이 많구나 하고 느끼고 있었는데 정말 도시 자체가 영화 인셉션의 한장면처럼 휘어 있었다.

바다 한가운데 있는 그 유명한 알카트라즈 감옥도 볼 수 있었고 샌프란시스코 전체를 내려다보면서 이런 곳에서 살면 참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다가 추워서 금방 내려왔다.

코이트 타워에서 내려와 다시 걷고 걸어 피어39에 도착했다.

걸을 당시에는 몰랐지만 피어1에서 출발해서 코이트 타워를 거쳐 피어39까지 도착했으니 걸은 거리가 생각보다 꽤 되었다.

피어39 역시 관광 명소 답게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길거리 공연도 꽤 많이 진행되고 있었다. 걷다 잠시 멈춰서서 공연도 보고, 이곳 저곳 사진을 찍기도 하다보니 생각보다 지치기 시작했다.

잠시 앉아서 쉴겸 제법 출출했기 때문에 피어39에 가면 꼭 먹어봐야 한다는 부딘의 클램 차우더를 주문했다.

사진에서와 같이 딱딱한 빵안에 수프가 들어있는 음식인데, 수프의 맛이 꽤 좋았다. 약간 짭짜름 하면서 안에 들어있는 재료들도 내 입맛에 잘 맞았다. 블루보틀 커피 맛은 기억이 잘 안나는데 이건 왜 기억이 나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다만 빵은 뭐랄까 너무 신맛이 강해서 좀 별로였다.

클램 차우더를 다 먹고난 후 소화겸 천천히 걷다가 뜻밖의 소리를 들었다.

“엉-엉-엉-엉—!“

무슨 소리지..? 하다가 바로 떠오른게 아, 피어39에는 바다사자가 산다고 했지! 해서 바로 달려가봤더니 정말 처음보는 풍경을 볼 수 있었다. 수십마리의 바다사자가 널부러져 자고 있다.

대부분은 자고 있고, 자리 싸움을 하는 녀석들도 있었는데 올라오려고 하면 밀고 올라오려고 하면 밀고하는 모습을 보며 구경하던 사람들과 함께 웃으니 비린 냄새도 잠시 잊혀졌다. 이 동네는 바다사자조차 여유롭다…

바다사자를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어느새 해가 지고 있었다.

구름이 가득 낀 날씨였지만 그 두터운 구름 사이를 뚫고 석양이 딱 금문교를 비추고 있다니.. 사진에 제대로 담지 못했지만 정말 손에 꼽을 인생 석양이었다.

다음 목적지로 향하기 위해 이제 장시간 차를 주차해 놓았던 피어1로 다시 되돌아가야 했다.

걷다보면 언젠간 도착하겠지란 생각으로 사진도 찍고 사람들 구경도 하며 느긋느긋하게 돌아갔다.

차를 타고 도착한 곳은 피셔맨스워프.

여기도 관광객이 너무 많아 주차를 하는데 제법 애를 먹었다. 그리고 주차비는 또 왜 이리 비싼지..! 해가 거의 저물어가던 시점이라 그런지 피셔맨스워프는 딱히 왜 인기가 많은 지역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기념품 가게 같은 상점이 많고 펍이 좀 있어서 그런건가.

사실 이쯤부터 몸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캘리포니아는 당연히 따뜻할거라 생각하고 반팔에 바람막이 하나만 챙겨왔는데 제법 쌀쌀한 날씨에 아무래도 첫날 감기에 걸린 거 같았다.

돌아가는 길에 미국 패스트푸드 중 굉장히 유명한 치폴레가 보이길래 잠시 들어가 하나 먹기로 했다.

분명 맛있는거 같은데 아침에 초 뜨거운 커피에 입이 엉망진창이라 칠리가 입 천장에 닿을 때마다 고통스러워 조금밖에 먹지 못했다..

다음번에 기회가 되면 정상적인 상태에서 꼭 다 먹어보고 싶다.

정신없이 돌아다닌 2일차를 마무리하고 숙소로 돌아갔다.